진미채 부드럽게 무치는 법 - 질겨지지 않고 촉촉하게 유지되는 밑반찬 만들기
진미채무침은 반찬가게에서 사 먹을 때는 부드러운데, 집에서 만들면 유난히 질기고 딱딱해지는 반찬이다. 며칠 지나면 고무줄처럼 씹히지도 않아 결국 반찬통째로 버리게 된다. 원인은 대부분 두 가지다. 마른 진미채를 그대로 양념에 무쳤거나, 고추장 양념을 팬에서 오래 볶았기 때문이다. 진미채는 물을 머금었을 때 부드럽고, 열을 오래 받으면 수분이 빠지면서 급격히 질겨지는 성질이 있다. 오늘은 진미채를 고르는 법부터 부드럽게 만드는 밑작업, 볶지 않고 무치는 양념법, 오래 두어도 촉촉하게 유지하는 요령까지 정리해 본다.
1. 진미채 고르기와 상태 확인
색이 하얀 것보다 옅은 미색을 고른다. 지나치게 새하얀 진미채는 표백 과정을 거쳤거나 첨가물이 많은 경우가 있다. 자연스러운 연한 미색이나 살짝 노란빛이 도는 것이 오징어 본연의 색에 가깝다.
가닥이 굵은 것보다 가는 것이 부드럽다. 굵은 채는 양념이 속까지 배지 않아 겉만 짜고 속은 밍밍하다. 가늘게 찢어진 진미채가 양념도 잘 배고 훨씬 부드럽게 씹힌다. 굵은 것밖에 없다면 손으로 세로로 한 번 더 찢어 쓴다.
만졌을 때 촉촉하게 유연한 것을 고른다. 손으로 쥐었을 때 뻣뻣하게 부서지는 진미채는 이미 수분이 다 날아간 상태라 어떻게 무쳐도 질기다. 살짝 눅눅하다 싶을 정도로 유연한 것이 좋다.
개봉한 진미채는 냉동 보관한다. 상온에 두면 기름 성분이 산패해 쿰쿰한 냄새가 난다. 밀폐용기나 지퍼백에 담아 냉동실에 두면 몇 달간 처음 상태 그대로 유지된다. 꺼내서 바로 써도 된다.
너무 짠 제품은 한 번 헹군다. 제품에 따라 염분이 강한 것이 있다. 짠맛이 심하면 체에 담아 흐르는 물에 재빨리 헹군 뒤 물기를 꼭 짜서 쓴다. 다만 오래 담가두면 감칠맛까지 빠지니 10초 안에 끝낸다.
딱딱한 껍질이나 긴 가닥은 미리 정리한다. 봉지에 섞여 있는 두꺼운 껍질 조각이나 유난히 긴 가닥은 잘라 정리한다. 먹기 좋은 길이는 5~6cm 정도다.
2. 부드럽게 만드는 밑작업
따뜻한 물에 5분만 담근다. 부드러운 진미채무침의 핵심 단계다. 미지근하거나 따뜻한 물(40~50도)에 진미채를 5분 정도 담가두면 마른 조직이 물을 머금어 눈에 띄게 유연해진다. 뜨거운 물에 오래 담그면 오히려 감칠맛이 빠지고 흐물거리니 시간을 지킨다.
물기는 꼭 짜되 완전히 말리지 않는다. 담근 진미채를 두 손으로 꾹 눌러 물기를 짠다. 물이 뚝뚝 떨어지면 양념이 겉돌고, 반대로 바싹 말리면 다시 뻣뻣해진다. 손으로 쥐었을 때 촉촉한 느낌이 남을 정도가 알맞다.
우유에 담그면 더 부드러워진다. 물 대신 우유에 10분 담그는 방법도 있다. 우유의 단백질과 지방이 진미채 표면을 감싸 훨씬 부드럽고 비린내도 줄어든다. 담근 뒤에는 가볍게 헹궈 물기를 짠다.
마요네즈 한 큰술을 먼저 버무린다. 물기를 짠 진미채에 마요네즈 1큰술을 먼저 넣고 조물조물 무친다. 기름 막이 생겨 나중에 넣는 고추장 양념의 수분이 빠져나가지 않아 며칠이 지나도 촉촉하다. 마요네즈 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전자레인지를 쓴다면 아주 짧게 돌린다. 물에 담그는 대신 진미채에 물을 살짝 뿌려 랩을 씌우고 20~30초만 돌리는 방법도 있다. 1분 이상 돌리면 수분이 다 날아가면서 오히려 딱딱해지니 짧게 끊는 것이 중요하다.
손으로 한 번 비벼 결을 푼다. 뭉쳐 있는 진미채를 손바닥 사이에서 비벼 가닥을 하나씩 떨어뜨린다. 뭉친 채로 양념하면 안쪽 가닥에는 양념이 전혀 닿지 않는다.
3. 양념 만들고 무치기
양념은 팬에서 살짝 끓여 식혀 쓴다. 고추장, 고춧가루, 간장, 설탕, 다진 마늘, 맛술을 팬에 넣고 약불에서 1분만 저어가며 데운다. 고추장의 날 맛이 사라지고 설탕이 녹아 양념이 매끈해진다. 이 양념을 한 김 식힌 뒤 진미채에 붓는다.
진미채는 팬에서 볶지 않는다.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양념과 함께 진미채를 팬에서 볶으면 수분이 빠져나가 식자마자 딱딱하게 굳는다. 양념만 데우고, 진미채는 불을 끈 뒤 또는 볼에서 무치는 것이 정답이다.
양념 비율은 진미채 100g 기준으로 잡는다. 고추장 1큰술, 고춧가루 1작은술, 간장 1작은술, 설탕 1작은술, 다진 마늘 반 작은술, 맛술 1큰술이 기본이다. 여기에 물엿과 참기름을 마지막에 각각 1큰술씩 더한다.
물엿과 참기름은 맨 마지막에 넣는다. 열이 가해진 상태에서 물엿을 넣으면 졸아 굳는다. 양념을 다 무친 뒤 물엿과 참기름을 넣고 한 번 더 버무리면 윤기가 돌면서 표면에 얇은 보호막이 생겨 촉촉함이 오래간다.
손으로 조물조물 무친다. 젓가락으로 뒤적이면 양념이 겉돌기만 한다. 위생장갑을 끼고 손으로 가닥 사이사이를 눌러가며 무쳐야 양념이 속까지 배어든다. 1~2분이면 충분하다.
간은 무친 뒤 10분 지나서 본다. 진미채는 양념이 배는 데 시간이 걸린다. 무친 직후 싱겁다고 양념을 더 넣으면 나중에 짜진다. 10분쯤 두었다가 맛을 보고 부족한 것만 조금 더한다.
4. 다양하게 응용하기
마요네즈 진미채는 아이들이 특히 잘 먹는다. 고추장을 빼고 마요네즈 3큰술, 설탕 1작은술, 식초 반 작은술, 소금 약간으로만 무치면 순한 맛이 된다. 매운 것을 못 먹는 가족이 있다면 무치기 전에 절반을 덜어 따로 만들면 된다.
간장 진미채는 담백하게 즐길 수 있다. 간장 1큰술, 맛술 1큰술, 설탕 1작은술, 참기름 1큰술로 무치면 짭조름하고 고소한 반찬이 된다. 김밥 속이나 주먹밥 재료로도 잘 어울린다.
견과류와 채소로 식감을 더한다. 아몬드 슬라이스, 땅콩분태, 얇게 썬 양파나 오이를 함께 무치면 씹는 재미가 생긴다. 다만 수분이 많은 채소는 먹기 직전에 섞어야 물이 생기지 않는다.
꽈리고추나 청양고추로 매운맛을 조절한다. 매운맛을 고춧가루로만 올리면 텁텁해진다. 잘게 썬 청양고추를 조금 넣으면 깔끔하게 매콤해진다.
남은 진미채는 주먹밥으로 활용한다. 잘게 썬 진미채무침을 밥에 참기름, 김가루와 함께 섞어 뭉치면 그대로 한 끼가 된다. 반찬으로 물릴 때 좋은 방법이다.
5. 보관하고 다시 살리기
완전히 식은 뒤 밀폐용기에 담는다. 온기가 남은 채로 뚜껑을 닫으면 물방울이 맺혀 양념이 묽어지고 쉽게 상한다. 접시에 펼쳐 한 김 식힌 뒤 담는다.
냉장 보관하고 1주일 안에 먹는다. 진미채무침은 수분과 당분이 있어 생각보다 오래 두기 어렵다. 냉장에서 5~7일이 적당하고, 더 오래 두려면 양념하지 않은 진미채를 냉동해 두었다가 그때그때 무치는 편이 낫다.
딱딱해졌다면 참기름과 물로 살린다. 굳어버린 진미채무침에 참기름 반 큰술과 물 1작은술을 넣고 다시 조물조물 무치면 상당 부분 부드러워진다. 마요네즈 반 큰술을 더해도 효과가 좋다.
꺼낼 때는 마른 젓가락을 쓴다. 국물이 묻은 젓가락이 들어가면 그 부분부터 상한다. 반찬통에서 덜어낼 때는 항상 깨끗하고 마른 도구를 사용한다.
한 번에 많이 만들지 않는다. 진미채는 시간이 갈수록 수분이 빠지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 없다. 한 봉지를 통째로 무치기보다 절반만 무치고 나머지는 냉동해 두는 편이 늘 부드러운 반찬을 먹는 방법이다.
기억할 점과 주의사항
- 진미채는 따뜻한 물에 5분 담가 불린 뒤 물기를 꼭 짜서 사용한다.
- 팬에서 볶지 않는다. 양념만 데우고 진미채는 볼에서 무쳐야 부드럽다.
- 마요네즈 1큰술을 먼저 버무리면 수분이 유지되어 며칠이 지나도 촉촉하다.
- 물엿과 참기름은 맨 마지막에 넣어야 굳지 않고 윤기가 산다.
- 무친 뒤 10분 지나서 간을 본다. 양념이 배는 데 시간이 걸린다.
- 완전히 식힌 뒤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하고 1주일 안에 먹는다.
- 진미채는 나트륨이 높은 가공식품이므로 혈압이나 신장 질환으로 식이 조절 중이라면 양을 줄이고 담당 의료진의 안내를 따른다.
마무리
진미채가 질겨지는 이유는 결국 수분이다. 마른 상태로 무치거나 팬에서 볶으면 남아 있던 수분마저 빠져나가 고무줄처럼 변한다. 따뜻한 물에 5분 불리고, 마요네즈로 먼저 코팅하고, 볶지 않고 무치고, 물엿과 참기름을 마지막에 넣는 네 가지만 지키면 반찬가게보다 부드러운 진미채무침이 된다. 오늘 진미채 한 봉지를 꺼냈다면 팬부터 올리지 말고 물부터 데워보자. 그 5분이 일주일 내내 부드러운 반찬을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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