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꼬들하게 끓이는 법 - 면발이 퍼지지 않고 탱탱하게 살아 있는 라면 끓이기
라면은 누구나 끓일 줄 알지만 '꼬들한 라면'을 매번 성공하는 사람은 의외로 적다. 봉지 뒷면대로 4분 30초를 지켰는데 면이 흐물거리거나, 시간을 줄였더니 속이 딱딱하게 덜 익어 밀가루 맛이 나는 식이다. 면이 퍼지는 이유는 조리 시간 하나가 아니라 물의 양, 끓는 온도, 면을 넣는 타이밍, 그리고 그릇에 옮긴 뒤의 잔열까지 전부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원리를 알면 타이머 없이도 원하는 식감으로 맞출 수 있다. 오늘은 물 양 계산부터 냄비 선택, 면을 넣는 순서, 그릇에 담는 방법까지 꼬들한 라면의 조건을 하나씩 정리해 본다.
1. 물과 냄비 정하기
물은 봉지 표기보다 약간 적게 잡는다. 대부분의 라면 봉지에는 550ml가 적혀 있다. 여기서 30~50ml 정도 줄이면 국물이 진해지고, 면이 물을 덜 흡수해 상대적으로 꼬들해진다. 다만 너무 줄이면 면이 물 밖으로 나와 고르게 익지 않으니 500ml 아래로는 내리지 않는다.
계량컵이 없으면 종이컵 세 개로 잰다. 종이컵 하나가 약 180ml이므로 세 컵이면 540ml다. 라면 봉지에 물을 담아 재는 방법도 있지만 정확도가 떨어진다. 라면을 자주 끓인다면 자주 쓰는 냄비에 550ml를 부어 수위를 눈으로 외워두는 편이 가장 빠르다.
얇고 넓은 냄비를 쓴다. 양은냄비가 라면에 좋다고 하는 이유는 얇아서 열이 빠르게 전달되고, 넓어서 면이 겹치지 않기 때문이다. 두꺼운 무쇠냄비는 온도가 천천히 오르고 불을 꺼도 계속 끓어 면이 퍼진다. 얇은 스테인리스 냄비도 충분히 좋다.
뚜껑은 물 끓일 때만 덮는다. 뚜껑을 덮으면 물이 빨리 끓는다. 하지만 면을 넣은 뒤에도 덮어두면 온도가 지나치게 올라 국물이 넘치고 면이 뭉근하게 익어 퍼진다. 면을 넣는 순간부터는 뚜껑을 열어둔다.
한 번에 두 개 이상 끓일 때는 냄비를 키운다. 작은 냄비에 두 개를 넣으면 면이 겹쳐 붙고 물 온도가 급락한다. 두 개를 끓일 때는 물을 1000ml 정도로 잡고 넓은 냄비를 쓰거나, 아예 두 번에 나눠 끓이는 편이 낫다.
2. 스프와 면 넣는 순서
스프를 먼저 넣고 물을 끓인다. 스프에 들어 있는 소금 성분이 물의 끓는점을 조금 올려준다. 끓는 온도가 높아지면 면 표면이 빠르게 익어 굳고, 속까지 물러지기 전에 겉이 잡히면서 꼬들한 식감이 만들어진다. 차이는 크지 않지만 분명히 있다.
물이 완전히 팔팔 끓은 뒤에 면을 넣는다. 기포가 바닥에서 올라오는 정도가 아니라 표면 전체가 요동칠 정도로 끓어야 한다. 미지근한 물에 면을 넣으면 겉이 굳기 전에 물을 흡수해 면발이 흐물거린다. 이 한 가지만 지켜도 절반은 성공이다.
면을 넣고 30초는 젓지 않는다. 넣자마자 휘저으면 물 온도가 더 떨어진다. 30초 정도 두어 면이 풀리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젓가락으로 들었다 놓기를 반복한다.
면을 자주 들어 올려 공기와 만나게 한다. 젓가락으로 면을 물 위로 들었다가 다시 담그는 동작을 반복하면 면이 잠깐씩 식으면서 표면이 탄력 있게 잡힌다. 라면 가게에서 하는 이 동작은 멋이 아니라 실제로 식감을 살리는 기술이다. 10~15초 간격으로 서너 번이면 충분하다.
불은 처음부터 끝까지 센 불을 유지한다. 중간에 불을 줄이면 면이 뜨거운 물 속에서 뭉근하게 불어난다. 넘칠 것 같으면 불을 줄이지 말고 냄비를 잠깐 들어 올리거나 찬물을 아주 조금 부어 온도를 잡는다.
조리 시간은 봉지 표기보다 30초 줄인다. 대부분의 라면은 4분 30초로 표기되어 있지만, 그릇에 옮긴 뒤에도 잔열로 계속 익는다. 4분 정도에서 불을 끄면 먹을 때 딱 꼬들한 상태가 된다. 아주 꼬들한 것을 좋아하면 3분 30초까지 줄여도 된다.
3. 재료 넣는 타이밍 맞추기
달걀은 취향에 따라 시점을 다르게 한다. 국물을 맑게 유지하고 싶다면 다 끓인 뒤 불을 끄고 달걀을 통째로 넣어 잔열로 반숙을 만든다. 국물을 걸쭉하고 고소하게 하고 싶다면 조리 1분 전에 풀어 넣고 젓지 않고 기다린다. 넣자마자 휘저으면 국물이 탁해지고 면에 달걀 껍질처럼 달라붙는다.
파는 마지막 30초에 넣는다. 처음부터 넣으면 향이 다 날아가고 흐물거린다. 어슷 썬 대파를 마지막에 넣어 숨만 살짝 죽이면 향이 확 산다. 파 기름을 좋아한다면 반대로 물을 붓기 전에 기름 없이 마른 냄비에 파를 살짝 볶아 향을 낸 뒤 물을 부어도 좋다.
만두나 떡은 면보다 먼저 넣는다. 냉동만두와 떡은 익는 데 시간이 걸린다. 물이 끓기 시작할 때 먼저 넣어 2분 정도 익힌 뒤 면을 넣는다. 면과 함께 넣으면 만두가 덜 익거나 면이 퍼진다.
콩나물과 버섯은 물과 함께 올린다. 콩나물은 비린내가 나지 않게 하려면 처음부터 넣어 충분히 익혀야 한다. 중간에 뚜껑을 여닫으면 비린내가 나므로 아예 뚜껑을 열어둔 채 조리한다.
치즈와 참기름은 불을 끈 뒤에 올린다. 치즈를 끓는 중에 넣으면 기름이 분리되고 국물이 텁텁해진다. 불을 끄고 그릇에 담기 직전에 올려 잔열로 녹인다. 참기름 몇 방울도 마지막에 떨어뜨려야 향이 산다.
국물을 진하게 하려면 물을 더 넣지 말고 졸인다. 짜다고 물을 부으면 감칠맛까지 옅어진다. 반대로 싱겁다면 스프를 더 넣기보다 30초 더 끓여 수분을 날리는 편이 맛의 균형이 낫다.
4. 담고 먹는 방법
불을 끄면 바로 그릇에 옮긴다. 냄비에 그대로 두면 잔열로 계속 익어 3분 만에 퍼진다. 냄비째 먹는 것을 좋아한다면 아예 30초 더 일찍 불을 끄고, 다 먹을 때까지 퍼지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그릇을 미리 데워두면 좋다. 찬 그릇에 담으면 국물 온도가 급격히 떨어져 맛이 밋밋해진다. 라면을 끓이는 동안 그릇에 뜨거운 물을 부어두었다가 버리고 담으면 마지막 한 젓가락까지 뜨겁다.
면을 먼저 담고 국물을 붓는다. 면을 집게로 건져 그릇에 담고 국물을 부으면 면이 국물 속에 잠기는 시간이 짧아져 덜 퍼진다. 사소해 보이지만 마지막 식감에 차이를 만든다.
찬물에 헹구는 방식은 목적이 다를 때만 쓴다. 면을 따로 삶아 찬물에 헹구면 표면 전분이 씻겨 아주 탱탱해지지만 국물 맛이 옅어지고 면에 간이 배지 않는다. 비빔라면이나 볶음면을 만들 때는 유용하지만 국물 라면에는 권하지 않는다.
남은 국물에 밥을 말 때는 불을 다시 켜지 않는다. 식은 국물에 찬밥을 넣고 끓이면 짜진다. 밥을 넣고 뚜껑을 덮어 1분 두면 밥알이 국물을 머금어 딱 좋은 농도가 된다.
나트륨이 걱정되면 스프를 8할만 넣는다. 라면 한 봉지의 나트륨은 하루 권장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스프를 80퍼센트만 넣고 대신 대파, 마늘, 버섯 같은 재료로 감칠맛을 보태면 맛의 손실 없이 나트륨을 줄일 수 있다. 국물을 남기는 것만으로도 섭취량이 크게 줄어든다.
기억할 점과 주의사항
- 물은 표기량보다 30~50ml 적게, 500ml 아래로는 내리지 않는다.
- 스프를 먼저 넣고, 물이 팔팔 끓은 뒤에 면을 넣는다.
- 면을 넣은 뒤에는 뚜껑을 덮지 않고 센 불을 유지한다.
- 젓가락으로 면을 들었다 놓기를 반복해 표면을 탄력 있게 만든다.
- 조리 시간은 표기보다 30초 줄이고, 불을 끄면 바로 그릇에 옮긴다.
- 치즈와 참기름은 불을 끈 뒤에 올린다.
- 끓는 국물이 넘치거나 튀면 화상 위험이 크니 냄비 손잡이를 안쪽으로 돌려두고, 아이가 있는 주방에서는 특히 주의한다.
마무리
꼬들한 라면의 비밀은 결국 온도를 떨어뜨리지 않는 것이다. 팔팔 끓는 물에 면을 넣고, 뚜껑을 덮지 않고, 센 불을 유지하면서 면을 들었다 놓기만 반복하면 된다. 그리고 봉지에 적힌 시간보다 30초 일찍 불을 끄고 곧바로 그릇에 옮기면 먹는 순간 가장 좋은 상태가 된다. 오늘은 물을 500ml만 붓고 타이머를 4분에 맞춘 뒤 젓가락으로 면을 서너 번 들어 올려 보자. 늘 먹던 라면인데 면발이 완전히 달라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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