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전 바삭하게 부치는 법 - 눅눅해지지 않고 가장자리까지 파삭한 김치전 만들기
비 오는 날 김치전을 부쳤는데 접시에 올리는 순간부터 축 늘어져 눅눅해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 분명 반죽도 잘 했고 기름도 넉넉히 둘렀는데, 막상 먹어보면 가장자리만 조금 바삭하고 가운데는 떡처럼 질척인다. 김치전이 바삭해지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 세 가지로 좁혀진다. 김치의 물기, 반죽의 농도, 그리고 팬의 온도다. 이 세 가지만 잡으면 특별한 재료 없이도 가게에서 먹는 것처럼 가장자리가 레이스처럼 파삭한 김치전이 나온다. 오늘은 김치 손질부터 뒤집는 타이밍, 남은 전을 다시 바삭하게 살리는 방법까지 순서대로 정리해 본다.
1. 김치 고르고 손질하기
잘 익은 신김치를 쓴다. 갓 담근 겉절이는 수분이 많고 단맛이 강해 전으로 부치면 맛이 밋밋하다. 냉장고에서 2주 이상 익어 시큼한 냄새가 올라오는 김치가 가장 좋다. 신맛이 열을 받으면서 감칠맛으로 바뀌고, 발효되면서 조직이 부드러워져 씹는 맛도 좋아진다.
김치 국물은 짜내되 완전히 버리지 않는다. 김치를 손으로 가볍게 쥐어 국물을 빼낸다. 물기가 많으면 반죽이 묽어져 절대 바삭해지지 않는다. 다만 짜낸 국물은 버리지 말고 따로 받아둔다. 반죽에 물 대신 이 국물을 넣으면 색도 붉게 곱게 나오고 간이 저절로 맞는다.
1.5cm 정도로 잘게 썬다. 너무 길면 뒤집을 때 전이 찢어지고, 너무 잘게 다지면 김치 씹는 맛이 사라진다. 새끼손가락 한 마디 정도, 1.5cm 안팎이 적당하다. 배춧잎의 두꺼운 흰 줄기 부분은 조금 더 잘게 썰어야 골고루 익는다.
김치 속 양념은 훑어내지 않는다. 물에 헹구거나 고춧가루를 털어내면 김치전 특유의 붉은색과 감칠맛이 함께 사라진다. 양념이 붙은 그대로 써야 색이 곱다. 대신 젓갈 냄새가 강한 김치라면 설탕을 반 작은술 정도 넣어 균형을 잡는다.
설탕 한 자밤을 김치에 미리 버무린다. 썬 김치에 설탕을 살짝 뿌려 버무려두면 신맛이 둥글어지고 팬에서 캐러멜화되면서 가장자리가 더 진하게 구워진다. 많이 넣으면 타기 쉬우니 한 자밤이면 충분하다.
2. 바삭한 반죽 만들기
밀가루에 전분을 섞는다. 밀가루만 쓰면 부드럽지만 금방 눅눅해진다. 밀가루 대 전분(감자전분 또는 옥수수전분)을 4대 1 정도로 섞으면 겉면이 유리처럼 얇게 굳으면서 바삭함이 오래간다. 부침가루를 쓴다면 전분을 한두 큰술 더 추가한다.
물은 반드시 차갑게 쓴다. 얼음을 몇 조각 띄운 찬물을 쓰면 밀가루의 글루텐이 덜 생겨 반죽이 질겨지지 않는다. 튀김옷이 차가울수록 뜨거운 기름과 만났을 때 온도 차가 커지고, 그만큼 수분이 빠르게 튀어나가며 바삭한 층이 만들어진다.
반죽 농도는 '뚝뚝 떨어지는' 정도로 맞춘다. 국자로 떠서 흘렸을 때 주르륵 흐르지 않고 뚝뚝 끊어지며 떨어지면 딱 맞다. 너무 되면 속이 떡처럼 되고, 너무 묽으면 팬에서 퍼져 얇게 타버린다. 김치에서 물이 더 나오므로 처음에는 조금 되게 잡는 편이 안전하다.
반죽은 젓가락으로 대충 섞는다. 거품기로 오래 휘저으면 글루텐이 생겨 질겨진다. 가루가 살짝 보일 정도로 젓가락으로 슥슥 섞고 멈추는 것이 좋다. 반죽을 미리 만들어 오래 두는 것도 좋지 않으니 부치기 직전에 섞는다.
달걀은 넣어도 되고 빼도 된다. 달걀을 넣으면 고소하고 부드러워지지만 바삭함은 약간 줄어든다. 극한의 바삭함을 원한다면 달걀을 빼고 전분 비율을 올린다. 아이들과 함께 먹는다면 달걀 하나를 넣어 부드럽게 만드는 편이 낫다.
부재료는 최소한으로 넣는다. 양파, 오징어, 부추 같은 재료는 수분을 많이 내놓는다. 넣고 싶다면 잘게 썰어 소량만 넣고, 오징어나 돼지고기는 미리 볶아 물기를 날린 뒤 넣는다. 대파 흰 부분을 송송 썰어 넣으면 물기 부담 없이 향만 더할 수 있다.
3. 팬에서 제대로 부치기
팬을 충분히 달군 뒤 기름을 붓는다. 차가운 팬에 반죽을 올리면 기름을 빨아들이며 눅눅해진다. 팬에 물을 한 방울 떨어뜨렸을 때 또르르 구르며 튀어 오를 정도로 달군 다음 기름을 넉넉히 두른다. 기름이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면 반죽을 올릴 때다.
기름은 아깝다 싶을 만큼 넉넉히 쓴다. 김치전은 부치는 요리가 아니라 얕게 튀기는 요리에 가깝다. 팬 바닥이 기름으로 얇게 덮일 정도, 대략 3~4큰술은 들어가야 가장자리가 튀겨지며 파삭해진다. 식용유에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반 큰술 섞으면 향이 좋아지지만 많이 넣으면 쉽게 탄다.
반죽은 얇게 펴고 가장자리를 넓힌다. 국자로 반죽을 부은 뒤 뒤집개 뒷면으로 얇게 편다. 두께는 5mm 이내가 좋다. 두꺼우면 속이 익는 동안 겉이 눅눅해진다. 가장자리 쪽으로 반죽을 살짝 밀어 얇게 퍼뜨리면 그 부분이 레이스처럼 튀겨져 가장 맛있는 부분이 된다.
한 번만 뒤집는다. 자꾸 뒤집으면 겉면이 무너져 바삭한 층이 생기지 않는다. 가장자리가 갈색으로 올라오고 윗면 반죽이 반투명하게 변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딱 한 번 뒤집는다. 보통 중강불에서 3~4분 정도 걸린다.
뒤집은 뒤 뒤집개로 누르지 않는다. 꾹 누르면 속의 공기가 빠지면서 떡처럼 딱딱해진다. 그냥 두고 2~3분 더 익힌다. 대신 팬 가장자리를 따라 기름을 한 큰술 더 둘러주면 아래쪽이 다시 튀겨지며 바삭해진다.
마지막 30초는 센 불로 올린다. 다 익었을 때 불을 잠깐 세게 올려 표면의 남은 수분을 날린다. 이 한 단계만 추가해도 접시에 담은 뒤 눅눅해지는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진다.
4. 담고 보관하고 다시 살리기
접시에 바로 겹쳐 쌓지 않는다. 다 부친 전을 접시에 포개면 아래쪽 김이 갇혀 순식간에 눅눅해진다. 식힘망 위에 올리거나, 접시 위에 젓가락을 두 개 걸치고 그 위에 올려 밑면에 공기가 통하게 한다.
키친타월 위에 오래 두지 않는다. 기름을 뺀다고 키친타월에 올려두면 종이가 수분을 머금어 오히려 밑면이 축축해진다. 잠깐 기름만 훑고 바로 식힘망으로 옮긴다.
여러 장을 부칠 때는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에 보관한다. 100도 정도로 예열한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에 다 부친 전을 넣어두면 식지 않으면서 바삭함도 유지된다. 랩이나 뚜껑은 절대 덮지 않는다.
남은 전은 완전히 식혀 냉동한다. 따뜻할 때 밀폐용기에 넣으면 서로 들러붙는다. 한 장씩 종이호일을 사이에 끼워 완전히 식힌 뒤 냉동하면 한 달까지 두고 먹을 수 있다.
다시 데울 때는 전자레인지를 쓰지 않는다. 전자레인지는 수분을 안쪽에서 밀어내 전을 축축하게 만든다. 마른 팬에 기름 없이 앞뒤로 2분씩 굽거나, 에어프라이어 180도에서 5분 돌리면 갓 부친 것처럼 되살아난다.
초간장은 옆에 따로 낸다. 전에 미리 간장을 뿌리면 그 순간부터 눅눅해진다. 간장 한 큰술, 식초 한 큰술, 물 반 큰술에 고춧가루와 깨를 조금 넣은 초간장을 종지에 따로 담아 찍어 먹는다.
기억할 점과 주의사항
- 김치는 물기를 꼭 짜고, 짜낸 국물은 반죽 물 대신 쓴다.
- 밀가루에 전분을 4대 1로 섞고 얼음물을 써야 바삭함이 오래간다.
- 반죽은 오래 젓지 말고 부치기 직전에 섞는다.
- 팬을 충분히 달군 뒤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반죽을 올린다.
- 전은 딱 한 번만 뒤집고, 뒤집개로 누르지 않는다.
- 뜨거운 기름이 튈 수 있으니 반죽의 물기를 털고 팔 토시나 앞치마를 착용한다.
- 다 부친 전은 겹쳐 쌓지 말고 식힘망에 올린다.
마무리
김치전이 바삭해지는 원리는 결국 수분을 얼마나 빨리 내보내느냐에 달려 있다. 김치의 물기를 짜고, 전분 섞은 반죽을 찬물로 되직하게 만들고, 뜨거운 팬에 기름을 넉넉히 둘러 얇게 펴는 것. 이 세 단계가 전부다. 여기에 한 번만 뒤집고 누르지 않는다는 원칙만 지키면 실패할 일이 거의 없다. 오늘 냉장고에서 가장 시어진 김치를 꺼내 물기를 짜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얇게 편 가장자리가 기름 속에서 파삭하게 부풀어 오르는 순간, 왜 그동안 눅눅했는지 저절로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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