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볶음 부드럽게 만드는 법 - 딱딱하게 굳지 않고 촉촉한 밑반찬 만들기
멸치볶음은 만들 때는 분명 촉촉했는데, 식히고 나면 엿처럼 딱딱하게 뭉쳐 이가 아플 지경이 되는 일이 흔하다. 반대로 부드럽게 만든다고 물을 넣으면 눅눅해져 하루 만에 상하기도 한다. 이 두 가지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멸치볶음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핵심은 사실 아주 단순하다. 물엿을 넣는 시점과 불을 쓰는 시간, 그리고 마지막에 식히는 방법 세 가지만 바꾸면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오늘은 멸치 손질부터 양념 비율, 딱딱해지지 않게 마무리하는 요령까지 순서대로 정리해 본다.
1. 멸치 고르기와 손질하기
볶음용은 중멸치(3~4cm)를 고른다. 국물용 큰 멸치는 뼈가 억세고 살이 질겨 볶으면 딱딱해진다. 반대로 지리멸치처럼 아주 작은 것은 볶음보다 무침이나 조림에 어울린다. 손가락 두 마디 정도 길이의 중멸치가 볶음용으로 가장 무난하다.
멸치는 체에 담아 부스러기를 털어낸다. 봉지 바닥에 가라앉은 가루와 부서진 조각은 볶을 때 제일 먼저 타서 쓴맛을 낸다. 굵은 체에 멸치를 담고 몇 번 흔들어 가루를 아래로 빼낸 뒤 사용한다. 이 한 단계만으로 쓴맛이 확실히 줄어든다.
큰 멸치를 쓴다면 머리와 내장을 뺀다. 내장은 시간이 지나면 쓴맛과 비린내의 원인이 된다. 중멸치 이하라면 굳이 손질하지 않아도 되지만, 4cm가 넘는 멸치는 머리를 떼고 배를 갈라 검은 내장을 털어내는 편이 맛이 깔끔하다.
마른 팬에 먼저 한 번 볶아 비린내를 날린다. 기름을 두르지 않은 팬에 멸치만 넣고 중약불에서 2~3분 저어가며 덖는다. 수분과 비린내가 함께 날아가면서 고소한 향이 올라온다. 색이 변할 정도로 오래 볶으면 딱딱해지니 손끝으로 만졌을 때 바삭한 느낌이 들면 바로 꺼낸다.
덖은 멸치는 체에 밭쳐 한 김 식힌다. 뜨거운 상태로 바로 양념에 넣으면 양념이 순식간에 졸아붙어 겉만 코팅되고 속은 마른 채로 남는다. 넓은 접시나 체에 펼쳐 한 김 식히는 동안 남은 수분이 마저 날아간다.
냉동 보관한 멸치는 실온에 두었다가 쓴다. 차가운 멸치를 뜨거운 팬에 바로 넣으면 팬 온도가 떨어져 눅눅하게 익는다. 조리 20분 전에 꺼내두는 것만으로 결과가 달라진다.
2. 양념 만들고 비율 잡기
양념은 팬에 붓기 전에 미리 섞어둔다. 간장, 맛술, 설탕, 다진 마늘을 작은 그릇에 미리 섞어 녹여두면 팬에서 헤매지 않는다. 뜨거운 팬 위에서 하나씩 넣다 보면 설탕이 녹기 전에 멸치가 타버린다.
멸치 100g 기준 간장 1큰술, 맛술 1큰술, 설탕 1작은술이 기본이다. 여기에 다진 마늘 반 작은술과 물 2큰술을 더한다. 간장을 너무 많이 넣으면 짜기만 하고 오히려 더 빨리 굳으니, 부족하면 나중에 조금 더하는 편이 낫다.
물엿이나 올리고당은 반드시 마지막에 넣는다.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한 줄이다. 물엿을 처음부터 넣고 오래 가열하면 수분이 날아가면서 캐러멜처럼 굳어 멸치볶음이 엿처럼 딱딱해진다. 불을 끄기 직전, 또는 아예 불을 끈 뒤 남은 열에 섞어야 촉촉한 윤기만 남는다.
맛술이나 청주는 비린내를 잡아준다. 알코올이 날아가면서 멸치 특유의 잡내를 함께 데리고 나간다. 없다면 소주 반 큰술로 대체해도 되고, 사과즙이나 배즙을 조금 넣으면 단맛과 부드러움이 동시에 생긴다.
단맛은 설탕과 물엿을 반씩 나눈다. 설탕만 쓰면 식은 뒤 결정이 생겨 서걱거리고, 물엿만 쓰면 눅진하게 늘어붙는다. 설탕은 볶는 초반에, 물엿은 마지막에 나눠 넣는 방식이 가장 안정적이다.
매운맛을 원하면 고추장 대신 청양고추를 쓴다. 고추장은 당분이 많아 쉽게 눌어붙고 굳는다. 어슷 썬 청양고추나 마른 홍고추를 마지막에 넣으면 깔끔한 매운맛이 나면서 식감도 살아난다.
3. 부드럽게 볶는 순서
팬에 식용유와 참기름을 반씩 두른다. 식용유만 쓰면 향이 부족하고, 참기름만 쓰면 높은 온도에서 쉽게 타서 쓴맛이 난다. 식용유 1큰술에 참기름 반 큰술 정도가 적당하다. 기름이 부족하면 멸치끼리 달라붙어 뭉치기 쉽다.
중약불을 끝까지 유지한다. 멸치볶음이 딱딱해지는 가장 큰 원인은 센불이다. 센불에서는 양념이 순식간에 졸아 코팅층이 단단하게 굳는다. 팬에서 자글자글 소리가 나되 연기가 나지 않는 정도의 중약불을 유지한다.
양념을 먼저 팬에서 살짝 끓인 뒤 멸치를 넣는다. 기름에 마늘 향을 낸 다음 섞어둔 양념을 붓고 30초쯤 끓여 설탕을 완전히 녹인다. 그 뒤에 멸치를 넣으면 양념이 고르게 입혀지고 볶는 시간이 짧아진다.
멸치를 넣은 뒤에는 1~2분 안에 끝낸다. 이미 마른 팬에 덖어두었으므로 양념을 입히는 시간만 있으면 된다. 젓가락이나 집게로 재빨리 뒤적여 양념이 고루 묻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오래 볶을수록 딱딱해진다는 사실만 기억하면 된다.
불을 끄고 물엿과 참깨를 넣어 섞는다. 불을 완전히 끈 상태에서 물엿 1큰술과 통깨를 넣고 잔열로만 섞는다. 이렇게 하면 물엿이 타지 않고 멸치 표면에 얇은 윤기막만 남아 식어도 부드럽다.
견과류는 맨 마지막에 넣는다. 아몬드 슬라이스나 호두를 넣을 거라면 따로 마른 팬에 살짝 볶아두었다가 불을 끈 뒤 섞는다. 처음부터 함께 볶으면 견과가 타서 쓴맛이 난다.
4. 식히기와 보관하기
볶은 즉시 넓은 접시에 펼쳐 식힌다. 팬이나 볼에 담아둔 채로 식히면 뜨거운 열이 갇혀 계속 졸아붙고 서로 엉겨 붙는다. 넓은 접시나 쟁반에 얇게 펼쳐두면 5분 안에 식으면서 낱개로 떨어진다.
젓가락으로 한 번 헤쳐준다. 펼쳐 식히는 동안 두세 번 젓가락으로 뒤적여 뭉친 부분을 풀어준다. 완전히 식은 뒤에는 손대기 어려우니 아직 미지근할 때 해야 한다.
완전히 식은 뒤에 통에 담는다. 온기가 남은 채로 밀폐용기에 넣으면 안에서 김이 서려 물방울이 맺히고, 그 수분 때문에 눅눅해지고 빨리 상한다. 손등에 대봤을 때 차갑게 느껴질 정도로 식힌 뒤 담는다.
냉장 보관하면 2주까지 간다.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하면 보통 2주 정도는 맛이 유지된다. 다만 냉장고에서 꺼내면 굳어 있으니, 먹기 10분 전에 실온에 두면 다시 부드러워진다.
굳어버렸다면 다시 살릴 수 있다. 이미 딱딱하게 굳은 멸치볶음은 팬에 물 1큰술과 참기름 반 큰술을 넣고 약불에서 30초만 데우면 다시 풀린다. 전자레인지를 쓸 때는 물을 살짝 뿌리고 10초씩 짧게 돌린다.
한 번에 많이 만들지 않는다. 밑반찬은 오래 두고 먹는 것이라는 생각에 한 봉지를 다 볶는 경우가 많은데, 시간이 지날수록 딱딱해지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일주일에 먹을 만큼만 만드는 것이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이다.
5. 응용하고 곁들이기
꽈리고추를 더하면 부드러움이 배가된다. 꽈리고추를 반으로 잘라 마지막 1분에 함께 볶으면 고추에서 나온 수분이 멸치를 촉촉하게 유지해 준다. 매운맛이 거의 없어 아이들도 잘 먹는다.
아몬드나 호두를 더해 식감을 살린다. 견과류가 들어가면 딱딱해진 멸치와 대비되지 않고 오히려 씹는 재미가 생긴다. 아몬드 슬라이스 한 줌 정도가 적당하다.
마늘종이나 대파를 넣어 향을 더한다. 잘게 썬 마늘종을 기름에 먼저 볶아 향을 낸 뒤 양념을 부으면 훨씬 깊은 맛이 난다. 대파는 흰 부분을 어슷 썰어 마지막에 넣는다.
단짠 대신 고소한 버전도 좋다. 간장을 절반으로 줄이고 참기름과 통깨를 넉넉히 넣으면 담백한 멸치볶음이 된다. 아이 반찬이나 김밥 속으로 쓰기에 좋다.
주먹밥이나 김밥에 넣으면 활용도가 높다. 남은 멸치볶음을 잘게 다져 밥에 참기름과 함께 섞으면 그대로 주먹밥이 된다. 반찬으로 물릴 때 좋은 방법이다.
기억할 점과 주의사항
- 물엿과 올리고당은 반드시 불을 끈 뒤 넣어야 식어도 딱딱해지지 않는다.
- 처음에 기름 없이 마른 팬에 덖어 비린내와 수분을 날린다.
- 볶는 내내 중약불을 유지하고, 멸치를 넣은 뒤에는 1~2분 안에 끝낸다.
- 볶은 즉시 넓은 접시에 펼쳐 식히고, 완전히 식은 뒤 밀폐용기에 담는다.
- 봉지 바닥의 가루와 부스러기는 체로 털어내야 쓴맛이 나지 않는다.
- 이미 굳었다면 물 1큰술과 참기름을 넣고 약불에 30초 데우면 살아난다.
- 멸치는 나트륨이 높은 식품이므로 혈압 관리 중이라면 간을 절반으로 줄이고, 식이 제한이 있다면 담당 의료진의 조언을 따른다.
마무리
멸치볶음이 딱딱해지는 이유는 재료가 나빠서가 아니라 순서 때문이다. 물엿을 처음에 넣고 센불에서 오래 볶으면 어떤 멸치를 써도 엿처럼 굳는다. 마른 팬에 먼저 덖고, 중약불에서 짧게 양념을 입히고, 불을 끈 뒤 물엿을 섞고, 넓은 접시에 펼쳐 식히는 네 단계만 지키면 된다. 오늘 저녁 멸치볶음을 만든다면 물엿 통을 팬 옆이 아니라 불 끄고 손 닿는 곳에 두고 시작해 보자. 그 작은 순서 하나가 반찬통 속 멸치의 운명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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