깍두기 아삭하게 담그는 법 - 물러지지 않고 끝까지 아삭한 무김치 만들기

 

설렁탕집에서 나오는 깍두기는 한입 베어 물면 사각 소리가 나는데, 집에서 담근 깍두기는 이틀만 지나도 흐물흐물해지는 경우가 많다. 무를 썰어 고춧가루에 버무리기만 하면 되는 단순한 김치처럼 보이지만, 사실 깍두기는 수분 관리가 전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무 자체가 90퍼센트 넘게 물로 이루어져 있어서, 그 물을 언제 얼마나 빼느냐에 따라 아삭함이 결정된다. 여기에 무를 고르는 눈, 절이는 시간, 익히는 온도까지 더해지면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오늘은 초보자도 실패하지 않고 끝까지 아삭한 깍두기를 담그는 방법을 순서대로 정리해 본다.



1. 무 고르기와 손질

단단하고 묵직한 무를 고른다. 같은 크기라도 손에 들었을 때 묵직한 무가 조직이 치밀하고 바람이 들지 않은 것이다. 표면이 매끈하고 흠집이 없으며, 잘랐을 때 속이 하얗고 촘촘한 것이 좋다. 들었을 때 가벼운 느낌이 나면 이미 속에 바람이 들었을 확률이 높아 아무리 잘 담가도 아삭하지 않다.

가을무나 겨울무를 쓰면 성공률이 올라간다. 늦가을부터 초겨울에 나오는 무는 조직이 단단하고 단맛이 강해 깍두기에 가장 잘 맞는다. 봄이나 여름무는 수분이 많고 조직이 무른 편이라 소금 양과 절이는 시간을 조금 줄여야 한다. 계절에 따라 같은 방법을 써도 결과가 달라진다는 점을 알고 있으면 조절이 쉬워진다.

무청 쪽 위쪽 부분을 쓴다. 무는 잎이 달렸던 위쪽이 달고 뿌리 쪽 끝으로 갈수록 매워진다. 깍두기에는 단맛이 있는 위쪽 3분의 2 정도를 쓰고, 매운 끝부분은 국거리나 채로 쓰는 편이 낫다.

껍질은 얇게만 벗긴다. 무 껍질 바로 아래층에 아삭한 식감을 만드는 조직이 몰려 있다. 감자칼로 겉의 흙과 거친 부분만 살짝 걷어내는 정도로 충분하고, 깨끗한 무라면 솔로 문질러 씻은 뒤 껍질째 써도 좋다.

크기는 2.5센티미터 정육면체로 통일한다. 너무 크면 속까지 양념이 배지 않아 겉만 짜고 속은 밍밍해지며, 너무 작으면 금방 물러진다. 한입에 들어가면서도 씹는 맛이 남는 2.5센티미터 전후가 가장 무난하다. 크기를 일정하게 맞춰야 절여지는 정도와 익는 속도가 고르게 간다.



2. 절이기 — 아삭함이 결정되는 단계

굵은 소금으로 절인다. 무 2킬로그램 기준으로 굵은소금 3~4큰술이면 적당하다. 가는 정제염은 겉만 급하게 절여지고 속이 덜 절여지는 데다 짠맛이 날카롭다. 김치에는 간수를 뺀 천일염이 가장 잘 맞는다.

설탕을 함께 넣으면 아삭함이 오래간다. 소금과 같이 설탕 1~2큰술을 넣어 절이면 삼투압이 완만하게 일어나 무 세포가 급격히 무너지지 않는다. 설탕은 단맛을 내는 목적보다 조직을 지키고 발효를 안정시키는 역할이 크다.

30분에서 1시간, 딱 그 정도만 절인다. 깍두기는 배추김치처럼 오래 절이지 않는다. 30분쯤 지나 무를 하나 구부려 봤을 때 톡 부러지지 않고 살짝 휘면 다 된 것이다. 두 시간 넘게 절이면 무가 흐물해져서 되돌릴 수 없다. 중간에 한 번 아래위를 뒤집어 주면 고르게 절여진다.

절인 물은 반드시 버린다. 절이면서 빠져나온 물에는 무의 쓴맛과 아린맛이 함께 녹아 있다. 이 물을 그대로 두고 양념하면 국물이 많아져 김치가 싱거워지고 쉽게 물러진다. 체에 밭쳐 20~30분간 물기를 완전히 뺀다.

헹구지 않는 것이 기본이다. 절인 무를 물에 헹구면 간이 빠지고 다시 물을 먹어 아삭함이 떨어진다. 맛을 봤을 때 너무 짜다 싶은 경우에만 찬물에 한 번 살짝 헹구고, 대신 물기를 더 오래 뺀다.



3. 양념 만들고 버무리기

고운 고춧가루로 먼저 색을 낸다. 물기 뺀 무에 고춧가루를 2~3큰술 먼저 넣고 5분쯤 두면 무에 붉은 물이 곱게 든다. 이 단계를 거치면 나중에 양념을 넣어도 색이 얼룩덜룩하지 않고 균일하게 나온다. 무 2킬로그램이면 고춧가루는 총 반 컵 정도가 기준이다.

찹쌀풀은 아주 조금만 쓴다. 찹쌀풀은 양념이 무에 붙게 하고 유산균의 먹이가 되지만, 많이 넣으면 국물이 걸쭉해지고 쉽게 무른다. 무 2킬로그램에 찹쌀가루 1큰술을 물 반 컵에 풀어 끓인 뒤 완전히 식혀 넣는 정도면 충분하다. 뜨거운 풀을 그대로 넣으면 무가 익어버리니 반드시 식혀야 한다.

젓갈은 두 가지를 섞으면 맛이 깊어진다. 새우젓은 시원하고 깔끔한 맛을, 멸치액젓은 진한 감칠맛을 낸다. 무 2킬로그램 기준 새우젓 2큰술과 멸치액젓 2큰술 정도를 섞어 쓰면 균형이 좋다. 새우젓은 칼로 잘게 다져 넣어야 덩어리가 남지 않는다.

마늘은 넉넉히, 생강은 조금만 넣는다. 다진 마늘 2큰술에 다진 생강 반 작은술이 기본 비율이다. 생강을 많이 넣으면 향이 무의 단맛을 눌러 쓴맛처럼 느껴진다. 마늘도 지나치면 익으면서 군내가 나므로 정해진 양을 지키는 편이 좋다.

쪽파와 미나리는 마지막에 넣는다. 쪽파 한 줌을 4센티미터 길이로 썰어 마지막에 가볍게 섞는다. 처음부터 넣고 오래 주무르면 풋내가 나고 숨이 죽는다. 미나리를 조금 넣으면 향이 살아나 국물 맛이 더 시원해진다.

손으로 살살, 위아래로만 섞는다. 주걱으로 짓누르거나 오래 치대면 무 표면이 뭉개져 국물이 탁해진다. 위생장갑을 끼고 아래에서 위로 뒤집듯 열 번 정도만 섞으면 충분하다.



4. 익히기와 보관

실온에서 하루만 두고 바로 냉장한다. 20도 안팎의 실온에 하루 두면 발효가 시작된다. 통 뚜껑을 열었을 때 기포가 살짝 올라오고 새콤한 향이 나면 냉장고로 옮길 때다. 여름에는 반나절, 겨울에는 하루 반 정도로 조절한다.

김치통에 꾹꾹 눌러 공기를 뺀다. 무 사이에 공기가 남으면 그 부분부터 곰팡이가 생기고 군내가 난다. 통에 담은 뒤 손이나 주걱으로 표면을 평평하게 눌러 국물이 무를 덮도록 만든다. 위에 위생 비닐을 한 장 덮어 공기를 차단하면 훨씬 깔끔하게 익는다.

통은 8할만 채운다. 발효되면서 가스가 생겨 국물이 부풀어 오른다. 가득 채우면 뚜껑 틈으로 국물이 새어 냉장고가 엉망이 된다. 넉넉한 공간을 남기는 것이 관리에 편하다.

꺼낼 때는 깨끗한 젓가락만 쓴다. 음식을 집었던 젓가락이나 국물이 묻은 숟가락을 넣으면 잡균이 들어가 김치가 물러지고 표면에 하얀 막이 생긴다. 김치 전용 집게를 하나 두면 관리가 훨씬 쉽다.

물러졌다면 국물을 활용한다. 이미 무른 깍두기는 되돌릴 수 없지만 버릴 필요는 없다. 잘게 썰어 볶음밥이나 김치찌개에 넣으면 오히려 감칠맛이 좋다. 국물은 냉면 육수나 조림에 넣으면 훌륭한 조미료가 된다.



기억할 점과 주의사항

  • 절이는 시간은 30분에서 1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오래 절이면 되돌릴 수 없다.
  • 절인 물은 반드시 버리고 물기를 완전히 뺀 뒤 양념한다.
  • 찹쌀풀은 완전히 식혀서 넣는다. 뜨거운 풀은 무를 익혀 무르게 만든다.
  • 소금은 굵은 천일염을 쓰고, 설탕을 함께 넣으면 아삭함이 오래간다.
  • 생강은 반 작은술 이내로 소량만 넣어야 쓴맛이 나지 않는다.
  • 김치통은 8할만 채우고, 꺼낼 때는 깨끗한 도구만 사용한다.
  • 표면에 검거나 푸른 곰팡이가 피었다면 도려내지 말고 통째로 버린다.

마무리

깍두기의 아삭함은 특별한 재료가 아니라 물 관리에서 나온다. 단단한 무를 골라 짧게 절이고, 빠져나온 물을 확실히 버린 뒤, 식힌 양념으로 가볍게 버무리는 것이 전부다. 여기에 실온에서 하루만 익히고 바로 냉장하는 습관을 더하면 한 달 뒤에도 사각 소리가 살아 있다. 처음부터 많은 양을 담그기보다 무 한 개, 1킬로그램 정도로 연습해 보면 절이는 감각이 금방 잡힌다. 오늘 장을 볼 때 묵직한 무 하나만 골라 와서, 30분 절이기부터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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