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찌개 맛있게 끓이는 법 - 식당처럼 깊고 진한 국물을 내는 순서

 

집에서 끓인 김치찌개가 식당 맛이 안 나는 이유는 재료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대부분은 순서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김치와 고기와 물을 한꺼번에 냄비에 넣고 끓이면, 아무리 오래 끓여도 국물이 겉돌고 김치의 신맛만 뾰족하게 남는다. 식당에서 내는 김치찌개는 김치를 기름에 먼저 볶아 신맛을 눌러 감칠맛으로 바꾸고, 국물에는 물이 아닌 육수를 쓴다. 이 두 가지만 바꿔도 맛이 확 달라진다. 오늘은 김치 고르기부터 볶기, 육수, 불 조절, 마무리 간까지 실패하지 않는 순서를 정리해 본다.



1. 재료 고르기가 맛의 절반이다

푹 익은 신김치를 쓴다. 김치찌개에 가장 어울리는 김치는 담근 지 2주에서 한 달 이상 지나 시큼해진 김치다. 갓 담근 겉절이는 아삭하지만 국물에 깊은 맛을 내주지 못하고 단맛만 돈다. 냉장고에서 오래돼 물러진 김치야말로 찌개용으로 가장 값어치가 높다.

김치는 씻지 말고 국물까지 함께 넣는다. 시다고 물에 헹구면 유산균과 감칠맛까지 씻겨 나간다. 신맛이 걱정되면 헹구는 대신 설탕이나 매실청을 반 큰술 넣어 잡는 편이 훨씬 낫다. 김치통 바닥에 가라앉은 국물은 감칠맛 덩어리이므로 서너 큰술 꼭 넣는다.

돼지고기는 삼겹살이나 목살 앞다리살이 좋다. 기름이 어느 정도 있어야 국물이 고소해진다. 살코기만 있는 등심이나 안심을 쓰면 국물이 팍팍하고 밋밋해진다. 두께는 0.5센티미터 정도로 도톰하게 썰어야 오래 끓여도 고기 식감이 살아 있다.

참치캔이나 꽁치통조림을 쓸 때는 기름을 살짝만 덜어낸다. 통조림 기름에도 감칠맛이 있으니 전부 버릴 필요는 없다. 다만 절반 정도만 넣고 나머지는 덜어내야 국물이 느끼해지지 않는다. 참치는 처음부터 넣지 말고 국물이 완성된 뒤 마지막 5분에 넣어야 살이 부서지지 않는다.

두부는 부침용 단단한 두부를 고른다. 찌개용 연두부는 부드럽지만 오래 끓이면 부서져 국물이 탁해진다. 부침용을 1.5센티미터 두께로 썰어 마지막에 얹으면 모양도 유지되고 국물도 맑게 유지된다.



2. 김치를 볶는 것이 핵심이다

냄비를 먼저 달구고 기름을 두른다. 차가운 냄비에 재료를 넣으면 김치에서 물이 먼저 나와 볶음이 아니라 삶음이 된다. 냄비가 충분히 뜨거워진 뒤 식용유 한 큰술과 참기름 반 큰술을 함께 두르면 고소한 향이 국물 바닥에 깔린다.

돼지고기를 먼저 볶아 기름을 낸다. 고기를 넣고 겉면이 하얗게 익을 때까지 중강불에서 볶는다. 이때 나오는 돼지기름이 김치에 배어야 국물이 진해진다. 고기에 후추를 살짝 뿌려 잡내를 잡아주면 좋다.

김치는 최소 5분 이상 볶는다. 고기가 익으면 썰어둔 김치를 넣고 중불에서 5분에서 7분 정도 충분히 볶는다. 김치의 색이 진한 붉은색으로 변하고 숨이 완전히 죽을 때까지가 기준이다. 이 과정에서 신맛의 날이 꺾이고 단맛과 감칠맛이 올라온다. 급하다고 2분 만에 넘어가면 완성된 찌개에서 생김치 냄새가 난다.

설탕 반 작은술을 볶는 중에 넣는다. 설탕은 단맛을 내려고 넣는 것이 아니라 신맛을 눌러 균형을 잡으려고 넣는다. 김치가 아주 시다면 한 작은술까지 늘려도 되고, 설탕 대신 매실청이나 양파를 갈아 넣어도 같은 역할을 한다.

고춧가루는 불을 줄이고 넣는다. 색을 더 내고 싶으면 고춧가루 한 큰술을 넣되, 센불에서 넣으면 금방 타서 쓴맛이 난다. 불을 약하게 줄이고 30초 정도만 기름에 개듯 볶아 색을 낸 뒤 바로 육수를 붓는다.



3. 육수와 불 조절

물 대신 쌀뜨물이나 멸치육수를 붓는다. 맹물을 부으면 국물이 얇아진다. 쌀 두 번째 씻은 물을 쓰면 전분기가 국물을 부드럽게 잡아주고, 멸치와 다시마를 우린 육수를 쓰면 감칠맛이 한 단계 올라간다. 시간이 없으면 물에 멸치다시팩 하나를 넣고 5분만 끓여도 충분하다.

육수는 재료가 겨우 잠길 만큼만 붓는다. 국물을 넉넉히 잡으면 맛이 흩어진다. 볶은 재료보다 손가락 한 마디 정도 위로 올라오게 붓고, 끓이는 중에 졸아들면 그때 조금씩 보충하는 편이 훨씬 진하다.

끓어오를 때 뜨는 거품은 걷어낸다. 처음 팔팔 끓을 때 표면에 뜨는 회색 거품에는 고기의 잡내와 불순물이 섞여 있다. 국자로 두세 번 걷어내면 국물이 훨씬 깔끔해진다.

끓기 시작하면 불을 줄여 20분 이상 뭉근하게 둔다. 센불로 짧게 끓이면 김치가 익지 않아 겉돈다. 약불에서 20분에서 30분 정도 뚜껑을 살짝 열어둔 채 끓이면 김치가 부드러워지고 국물에 맛이 완전히 우러난다. 시간이 있다면 40분까지 끓여도 좋다.

두부와 대파는 마지막 5분에 넣는다. 두부를 처음부터 넣으면 구멍이 숭숭 뚫리고 질겨진다. 완성 5분 전에 얹어 데우듯 익히고, 대파는 불을 끄기 1분 전에 넣어야 향이 살아 있다.



4. 간 맞추기와 응용

간은 반드시 마지막에 본다. 김치의 짠맛은 종류마다 천차만별이라 처음부터 소금이나 국간장을 넣으면 십중팔구 짜진다. 20분 끓인 뒤 한 숟갈 맛보고, 싱거우면 국간장 반 큰술씩 더하며 맞춘다.

짜졌다면 물 대신 두부나 감자를 넣는다. 물을 부으면 짠맛은 줄지만 맛 전체가 묽어진다. 두부를 더 넣거나 감자 몇 조각을 넣어 짠맛을 흡수시키는 편이 국물의 농도를 지킬 수 있다.

신맛이 너무 강하면 설탕과 양파로 잡는다. 설탕 반 작은술을 더 넣거나 양파 반 개를 채 썰어 넣고 10분 더 끓이면 자연스러운 단맛이 신맛을 감싸준다. 우유나 식용유를 넣는 방법도 있지만 향이 바뀔 수 있어 추천하지 않는다.

들기름 한 방울로 마무리하면 향이 살아난다. 불을 끈 직후 들기름이나 참기름을 몇 방울 떨어뜨리면 향이 확 올라온다. 끓는 중에 넣으면 향이 날아가니 반드시 불을 끄고 넣는다.

남은 찌개는 다음 날이 더 맛있다. 김치찌개는 한 번 식었다가 다시 끓일 때 맛이 배어 더 깊어진다. 다만 두부는 다시 끓이면 질겨지므로 먹을 만큼만 덜어 데우고, 보관은 냄비째 두지 말고 밀폐용기에 옮겨 냉장한다.

참치김치찌개는 육수를 더 심심하게 잡는다. 참치캔에는 이미 간과 기름이 들어 있어 평소대로 간하면 짜다. 국간장을 절반으로 줄이고 마지막에 맛을 보며 맞추는 것이 안전하다.



기억할 점과 주의사항

  • 김치는 씻지 말고 국물까지 함께 넣어야 감칠맛이 산다.
  • 김치를 기름에 5분 이상 볶는 과정을 절대 건너뛰지 않는다.
  • 고춧가루는 불을 줄인 뒤 넣어야 타지 않고 쓴맛이 안 난다.
  • 육수는 재료가 겨우 잠길 정도로만 붓고 졸면 조금씩 보충한다.
  • 간은 20분 끓인 뒤 마지막에 맞춘다. 김치마다 염도가 다르다.
  • 두부와 대파는 마지막 5분에 넣어야 식감과 향이 살아 있다.
  • 뜨거운 뚝배기는 불을 끈 뒤에도 계속 끓어오르니 화상에 주의하고, 받침 없이 식탁에 바로 올리지 않는다.

마무리

김치찌개의 맛을 가르는 것은 특별한 비법이 아니라 순서다. 고기 기름을 먼저 내고, 김치를 충분히 볶아 신맛을 감칠맛으로 바꾸고, 맹물 대신 쌀뜨물이나 멸치육수를 자작하게 부어 약불에서 오래 끓이면 그것만으로 식당 맛에 가까워진다. 간은 항상 맨 마지막에 보고, 두부와 대파는 끝에 얹어 식감을 살린다. 오늘 저녁에는 냉장고에서 가장 시어진 김치를 꺼내 5분만 제대로 볶아보자. 늘 끓이던 그 찌개가 완전히 다른 음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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