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찌개 깊은 맛 내는 법 - 구수하고 진한 국물을 만드는 육수와 된장 다루기

 

된장찌개는 가장 자주 끓이면서도 가장 편차가 큰 음식이다. 같은 된장을 써도 어떤 날은 구수하고 어떤 날은 텁텁하고 짜기만 하다. 원인은 대개 세 가지다. 육수를 생략했거나, 된장을 넣는 시점이 틀렸거나, 재료를 한꺼번에 넣고 오래 끓였거나다. 된장은 오래 끓일수록 좋아지는 재료가 아니라 향이 날아가는 재료라서, 언제 넣고 언제 불을 끄느냐가 맛을 결정한다. 오늘은 육수 내는 법부터 된장 푸는 요령, 재료 넣는 순서, 감칠맛을 더하는 방법까지 차례대로 정리해 본다.



1. 육수가 된장찌개의 뼈대다

멸치와 다시마 육수가 가장 무난하다. 국물용 큰 멸치 열 마리 정도와 손바닥만 한 다시마 한 조각을 물 1리터에 넣고 우린다. 이 조합이 된장의 구수함과 가장 잘 어울린다. 시간이 없으면 티백형 육수팩을 써도 되지만, 직접 우린 육수와는 농도 차이가 분명히 난다.

멸치는 머리와 내장을 반드시 제거한다. 멸치 내장에는 쓴맛과 비린내가 몰려 있다. 손으로 머리를 떼고 배를 갈라 검은 내장을 훑어내는 데 1분이면 충분하다. 이 작업 하나로 국물의 뒷맛이 완전히 달라진다.

멸치는 마른 팬에 살짝 볶아 쓴다. 기름 없이 달군 팬에 멸치를 1분 정도 굴려 수분을 날리면 비린내가 사라지고 고소한 향이 올라온다. 전자레인지에 30초 돌려도 비슷한 효과가 난다.

다시마는 끓기 시작하면 바로 건진다. 다시마를 계속 끓이면 미끈한 점액과 함께 쓴맛이 나온다. 물이 끓어오르는 순간 건져내고, 멸치만 중약불에서 10분 정도 더 우린 뒤 체로 걸러낸다.

쌀뜨물을 섞으면 국물이 부드러워진다. 쌀을 두 번째 씻은 물을 육수 대신 쓰거나 반씩 섞으면 전분기가 된장의 거친 맛을 감싸준다. 국물이 뽀얗게 되고 목넘김이 훨씬 순해진다.

고기를 넣을 거라면 육수를 따로 안 내도 된다. 소고기 양지나 돼지고기를 참기름에 볶다가 물을 부으면 그 자체가 육수가 된다. 이 경우 멸치육수와 겹치면 맛이 탁해지니 하나만 선택한다.



2. 된장 다루는 요령

된장은 체에 걸러 풀어 넣는다. 된장을 국자에 퍼서 그대로 툭 넣으면 덩어리가 남아 어느 숟가락은 짜고 어느 숟가락은 싱거워진다. 체나 거름망에 된장을 올리고 국물을 조금 부어가며 숟가락으로 으깨 풀면 국물 전체에 고르게 퍼진다.

양은 물 1리터에 두 큰술이 기준이다. 된장은 제품마다 염도가 크게 달라 정답이 없다. 처음에는 두 큰술만 넣고 끓인 뒤 맛을 보며 반 큰술씩 더하는 방식이 안전하다. 한 번 짜지면 되돌리기 어렵다.

된장은 육수가 끓은 뒤에 넣는다. 찬물에 된장을 미리 풀어 끓이면 오래 가열되면서 특유의 향이 날아가고 텁텁한 맛만 남는다. 육수가 팔팔 끓을 때 풀어 넣고 그때부터 재료를 넣는 순서로 가야 향이 산다.

고추장은 넣더라도 아주 조금만 넣는다. 색과 매운맛을 위해 고추장을 넣는 경우가 있는데, 반 작은술만 넘어가도 된장의 구수함을 덮어버리고 국물이 걸쭉해진다. 매운맛이 필요하면 고추장 대신 고춧가루 반 작은술이나 청양고추를 쓴다.

시판 된장이 밍밍하면 국간장 반 작은술을 더한다. 요즘 시판 된장은 염도와 발효도가 낮아 구수함이 약한 경우가 많다. 소금 대신 국간장으로 간을 보충하면 감칠맛과 색이 함께 올라온다. 재래된장을 20퍼센트 정도 섞어 쓰는 방법도 아주 효과적이다.



3. 재료 넣는 순서와 불 조절

단단한 재료부터 넣는다. 감자와 무처럼 익는 데 오래 걸리는 재료를 먼저 넣고 5분 정도 끓인다. 그다음 양파, 애호박, 버섯 순으로 넣고, 두부와 고추와 대파는 맨 마지막에 넣는다. 순서만 지켜도 모든 재료가 제 식감을 유지한다.

애호박은 너무 일찍 넣지 않는다. 애호박은 3분이면 익는다. 처음부터 넣으면 물러져서 국물에 풀어지고 색도 누렇게 변한다. 반달 모양으로 0.7센티미터 두께로 썰어 완성 5분 전에 넣는 것이 가장 좋다.

두부는 마지막 3분에 얹는다. 두부를 오래 끓이면 수분이 빠져나가 구멍이 뚫리고 질겨진다. 끓는 국물 위에 살짝 얹어 데우듯 익히면 부드러운 상태로 먹을 수 있다.

뚜껑을 덮지 않고 끓인다. 된장찌개는 뚜껑을 덮고 끓이면 특유의 쿰쿰한 향이 갇혀 텁텁해진다. 뚜껑을 열어둔 채 중약불에서 뭉근하게 끓여야 잡향이 날아가고 구수한 향만 남는다.

총 끓이는 시간은 15분을 넘기지 않는다. 육수가 준비된 상태라면 된장을 푼 뒤 15분 안에 완성하는 것이 좋다. 그 이상 끓이면 국물이 졸아 짜지고 된장 향이 사라진다. 오래 끓일수록 좋아지는 것은 김치찌개이지 된장찌개가 아니다.

대파와 청양고추는 불을 끄기 직전에 넣는다. 파와 고추의 향은 1분이면 충분히 우러난다. 미리 넣으면 향이 다 날아가고 색만 죽는다.



4. 감칠맛을 한 단계 올리는 방법

바지락이나 조개를 넣으면 국물이 시원해진다. 해감한 바지락 한 줌을 넣으면 조개에서 나오는 감칠맛이 된장의 구수함과 겹쳐 국물이 훨씬 깊어진다. 조개는 입을 벌리면 바로 익은 것이니 그 시점에 불을 줄인다. 오래 끓이면 살이 질겨진다.

표고버섯은 말린 것을 쓰면 효과가 크다. 마른 표고를 물에 불려 넣고 그 불린 물까지 육수에 섞으면 감칠맛 성분이 진하게 우러난다. 생표고보다 향과 깊이가 훨씬 강하다.

청양고추 한 개가 맛의 균형을 잡아준다. 매운맛보다는 뒷맛을 정리해주는 역할이 크다. 매운 것을 못 먹는다면 씨를 털어내고 반 개만 넣어도 국물이 훨씬 개운해진다.

두부는 국산 콩 부침용을 쓴다. 찌개용 연두부는 부드럽지만 형태가 무너지고, 부침용은 끝까지 모양이 살아 있다. 국산 콩 제품이 콩 향이 진해 된장과 잘 어울린다.

차돌박이를 넣으면 고소함이 확 살아난다. 차돌박이 몇 장을 마지막에 넣고 30초만 익히면 국물에 기름진 고소함이 더해진다. 오래 끓이면 질겨지고 기름이 과하게 나오니 딱 마무리에만 넣는다.

남은 찌개는 재료를 건져 따로 보관한다. 두부와 애호박을 국물에 담근 채 두면 다음 날 물러지고 국물도 탁해진다. 국물만 따로 담아 냉장하고 먹을 때 재료를 다시 넣어 데우면 처음 맛에 가깝게 살아난다.



기억할 점과 주의사항

  • 멸치는 머리와 내장을 제거하고 다시마는 끓으면 바로 건진다.
  • 된장은 체에 걸러 풀어야 덩어리 없이 고르게 퍼진다.
  • 된장은 육수가 끓은 뒤에 넣어야 구수한 향이 날아가지 않는다.
  • 뚜껑은 열어둔 채 끓여야 텁텁한 잡향이 빠진다.
  • 재료는 단단한 것부터, 두부와 대파는 맨 마지막에 넣는다.
  • 전체 끓이는 시간은 15분 이내로 잡는다. 오래 끓이면 짜고 향이 죽는다.
  • 뚝배기는 불을 끈 뒤에도 오래 끓어오르므로 넘침과 화상에 주의하고 반드시 받침을 쓴다.

마무리

된장찌개의 깊은 맛은 비싼 재료가 아니라 순서에서 나온다. 멸치 내장을 떼고 다시마를 제때 건져 깔끔한 육수를 만들고, 그 육수가 끓은 뒤에 된장을 체에 걸러 풀고, 재료는 단단한 것부터 넣어 15분 안에 끝내면 된다. 뚜껑을 열어두는 사소한 습관 하나가 텁텁함을 없애준다. 오늘 저녁에는 된장을 국자로 툭 넣는 대신 체에 걸러 풀어보자. 늘 먹던 국물이 훨씬 매끄럽고 구수해진 것을 바로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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