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골 국물 우려내는 법 - 뽀얗고 잡내 없는 국물을 집에서 내는 순서

 

사골을 사 왔는데 막상 냄비 앞에 서면 막막해지는 사람이 많다. 몇 시간을 끓여야 하는지, 물은 얼마나 부어야 하는지, 왜 우리 집 국물만 뿌옇지 않고 누렇게 나오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잘못 끓이면 특유의 누린내가 올라와 온 집 안에 냄새가 배기도 한다. 사실 사골 국물은 요령만 알면 어렵지 않다. 핏물을 제대로 빼고, 첫 물을 버리고, 불 세기만 지키면 누구나 뽀얀 국물을 낼 수 있다. 오늘은 사골을 고르는 것부터 세 번 우려내 보관하는 것까지 실제로 따라 할 수 있게 순서대로 정리해 본다.



1. 사골 고르기와 준비하기

뼈의 단면이 붉고 촘촘한 것을 고른다. 좋은 사골은 자른 단면의 골수 부분이 선명한 붉은빛을 띠고 조직이 촘촘하다. 단면이 회색빛으로 푸석하거나 구멍이 크게 비어 있는 것은 오래됐거나 어린 뼈일 가능성이 높아 국물이 잘 나오지 않는다. 뼈 겉면에 붙은 살코기가 약간 남아 있으면 감칠맛에 도움이 된다.

용도에 맞게 부위를 섞는다. 흔히 사골이라 부르는 앞다리·뒷다리 관절뼈는 뽀얀 국물을 내는 데 가장 좋다. 여기에 잡뼈나 도가니를 조금 섞으면 국물에 깊이가 생기고, 사태나 양지를 함께 넣으면 건더기로 쓸 고기까지 얻을 수 있다. 처음이라면 사골 위주로 2킬로그램 정도가 다루기 편하다.

찬물에 담가 핏물을 충분히 뺀다. 이 단계가 국물 색과 냄새를 절반 이상 결정한다. 큰 대야에 사골을 담고 잠길 만큼 찬물을 부은 뒤 최소 3시간, 넉넉히는 6시간에서 하룻밤까지 둔다. 중간에 두세 번 물을 갈아주고, 물이 벌겋게 올라오지 않을 때까지 반복한다. 실온이 더운 계절에는 반드시 냉장고에 넣어 담근다.

뼈 표면의 지방과 검은 막을 다듬는다. 핏물을 뺀 뒤 뼈를 하나씩 만져보면 누런 기름 덩어리와 얇은 검은 막이 붙어 있다. 이 부분이 누린내의 주범이므로 칼등이나 손으로 최대한 긁어 떼어낸다. 흐르는 물에 한 번 더 헹궈 잔여물을 씻어낸다.

우려낼 냄비는 넉넉한 크기로 준비한다. 뼈가 잠기고도 물이 손가락 두 마디 이상 올라올 정도의 큰 냄비가 필요하다. 압력솥을 쓰면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지만, 뽀얀 색과 은은한 맛은 일반 냄비에서 오래 끓인 쪽이 낫다.



2. 첫 물 버리고 본격적으로 끓이기

끓는 물에 한 번 데쳐 첫 물을 버린다. 냄비에 물을 넉넉히 붓고 팔팔 끓인 뒤 사골을 넣어 5분에서 10분 정도 강하게 끓인다. 표면에 회갈색 거품과 불순물이 잔뜩 올라오는데, 이 물은 아깝게 여기지 말고 전부 버린다. 이 한 단계만으로 잡내가 확연히 줄어든다.

데친 뼈는 찬물에 씻어 검은 찌꺼기를 없앤다. 첫 물을 버린 뒤 뼈를 흐르는 찬물에 하나씩 문질러 씻는다. 뼈 표면과 구멍에 응고된 검붉은 찌꺼기가 남아 있으면 국물이 탁해지고 색이 누렇게 된다. 냄비도 깨끗이 헹궈 다시 쓴다.

새 물을 붓고 센불로 끓기 시작할 때까지 올린다. 씻은 뼈를 냄비에 담고 뼈 높이의 두 배 정도로 찬물을 붓는다. 처음에는 센불로 빠르게 끓여 온도를 올린다. 이때 뚜껑을 살짝 열어두면 냄새가 갇히지 않는다.

끓기 시작하면 중약불로 낮춰 은근하게 유지한다. 국물이 보글보글 잔잔하게 움직이는 정도가 가장 좋다. 너무 약하면 콜라겐과 지방이 국물에 잘 섞이지 않아 맑고 밍밍해지고, 너무 세게 오래 끓이면 수분이 빨리 날아가고 뼈 맛이 텁텁해진다. 냄비 가장자리에서 기포가 천천히 올라오는 상태를 기준으로 삼는다.

떠오르는 거품은 부지런히 걷어낸다. 끓기 시작한 뒤 30분 정도는 거품이 계속 올라온다. 국자나 촘촘한 거름망으로 표면의 회색 거품을 걷어내면 국물이 훨씬 깨끗해진다. 거품을 걷는 동안 국물이 줄면 뜨거운 물을 조금씩 보충한다. 찬물을 갑자기 부으면 온도가 떨어져 우러나는 속도가 느려진다.

향채소는 넣더라도 마지막 한 시간에 넣는다. 대파 뿌리, 통마늘, 양파 껍질, 통후추를 넣으면 잡내를 잡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처음부터 넣고 몇 시간을 끓이면 채소가 물러 국물이 탁해지고 쓴맛이 돌 수 있으므로, 우려내기 마지막 한 시간쯤에 넣는 편이 낫다.



3. 몇 번에 나눠 우려내기

첫 번째 국물은 6시간에서 8시간 우린다. 중약불로 은근히 끓이면 서너 시간째부터 국물이 서서히 뽀얘진다. 6시간 정도면 진한 국물이 나오고, 8시간까지 가면 더 걸쭉해진다. 물이 절반 이하로 줄면 뜨거운 물을 보충하면서 유지한다. 다 우린 국물은 큰 볼에 따로 받아 둔다.

두 번째, 세 번째까지 다시 물을 부어 우린다. 첫 국물을 따라낸 뼈에 다시 찬물을 붓고 4시간에서 6시간 더 끓이면 두 번째 국물이 나온다. 세 번째까지도 우려낼 수 있지만 갈수록 묽어진다. 보통 두세 번 우린 국물을 한데 섞어 농도를 고르게 맞추는 방식이 가장 실용적이다.

우린 국물은 섞어서 농도를 맞춘다. 첫 국물만 쓰면 너무 진해 느끼할 수 있고, 세 번째 국물만 쓰면 밍밍하다. 전부 큰 통에 합쳐 잘 저은 뒤 나눠 담으면 매번 비슷한 맛을 낼 수 있다. 너무 진하다 싶으면 나중에 물을 타서 조절하면 된다.

뼈가 다 우러났는지는 손으로 확인한다. 다 우러난 사골은 뼈가 부슬부슬해지고 손으로 눌렀을 때 표면이 쉽게 부서진다. 국물 색이 더 이상 진해지지 않고 맛도 밍밍하다면 그만 우려도 된다. 억지로 더 끓이면 뼈 특유의 텁텁한 맛만 남는다.

압력솥을 쓸 때는 시간을 크게 줄인다. 압력솥에서는 추가 흔들리기 시작한 뒤 40분에서 1시간 정도면 한 번 분량이 우러난다. 시간은 크게 절약되지만 국물이 일반 냄비만큼 뽀얗지 않을 수 있으니, 우린 뒤 뚜껑을 열고 20분 정도 더 끓이면 색이 살아난다.

4. 기름 걷고 보관하기

완전히 식혀 굳은 기름을 걷어낸다. 우린 국물을 그대로 냉장고에 넣고 몇 시간 두면 표면에 하얀 기름층이 판처럼 굳는다. 이 층을 숟가락으로 걷어내면 훨씬 담백해지고 소화도 편해진다. 뜨거울 때 국자로 기름을 뜨는 것보다 이 방법이 훨씬 깔끔하다.

한 번 먹을 양씩 나눠 얼린다. 국물을 한 통에 다 담아두면 매번 전부 데워야 해서 맛이 떨어진다. 500밀리리터 정도씩 지퍼백이나 밀폐용기에 나눠 담아 냉동하면 필요할 때 한 봉지씩 꺼내 쓸 수 있다. 지퍼백은 납작하게 눕혀 얼리면 자리도 덜 차지하고 빨리 녹는다.

냉장 보관은 사나흘, 냉동은 두세 달이 기준이다. 냉장실에 둔 국물은 3일에서 4일 안에 먹는 것이 안전하다. 더 오래 두려면 반드시 냉동한다. 냉동한 국물도 두세 달 안에 소비하는 편이 맛이 좋다. 해동은 냉장실에서 천천히 하거나 냄비에 그대로 넣고 약불로 녹인다.

간은 먹기 직전에 한다. 우려낼 때는 소금을 넣지 않는다. 미리 간을 하면 나중에 국수, 떡국, 곰탕 등 어디에 쓸지 조절이 어려워지고, 졸아들면서 짜질 수도 있다. 그릇에 담은 뒤 소금과 후추, 다진 파로 각자 간을 맞추는 것이 가장 좋다.

끓인 국물을 하루 이상 실온에 두지 않는다. 사골 국물은 영양이 풍부해 세균이 빠르게 번식한다. 냄비째 상온에 두면 하루 만에 상할 수 있으므로, 식힌 즉시 냉장이나 냉동으로 옮긴다. 국물에서 신맛이나 이상한 냄새가 나면 아깝더라도 버린다.



5. 뽀얀 국물이 안 나올 때 점검할 것

색이 누렇다면 핏물과 첫 물을 의심한다. 국물이 뽀얗지 않고 누렇거나 탁하게 나오는 가장 흔한 원인은 핏물을 덜 뺐거나 데친 뒤 뼈를 제대로 씻지 않은 것이다. 다음번에는 담그는 시간을 늘리고 데친 뼈를 하나씩 문질러 씻어본다.

국물이 맑고 묽다면 불이 너무 약했던 것이다. 뽀얀 색은 뼈에서 나온 지방과 단백질이 잘게 흩어져 물에 섞이면서 생긴다. 불이 너무 약해 국물이 거의 움직이지 않으면 이 과정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잔잔하게 끓는 상태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

누린내가 남았다면 지방을 더 걷어낸다. 뼈에 붙은 누런 기름과 막을 덜 떼어냈을 때 냄새가 남는다. 이미 다 끓였다면 완전히 식혀 굳은 기름층을 걷어내고, 다시 데울 때 대파와 통후추를 넣어 5분 정도만 끓여보면 한결 나아진다.

물을 너무 자주 보충하면 맛이 흐려진다. 줄어드는 것이 걱정돼 계속 물을 부으면 농도가 올라가지 않는다. 물은 처음에 넉넉히 붓고, 중간 보충은 최소한으로 한다. 보충할 때는 반드시 뜨거운 물을 쓴다.

시간보다 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뼈 크기, 냄비 두께, 불 세기에 따라 필요한 시간이 다르다. 시계만 보지 말고 국물 색이 뽀얘졌는지, 맛에 깊이가 생겼는지를 기준으로 삼으면 실패가 줄어든다.



기억할 점과 주의사항

  • 사골은 찬물에 최소 3시간 이상 담가 핏물을 빼고, 더운 계절에는 냉장고에서 담근다.
  • 첫 물은 반드시 버린다. 데친 뒤 뼈를 찬물에 문질러 씻어야 국물이 맑고 뽀얘진다.
  • 불은 중약불로 잔잔하게 유지한다. 너무 세면 텁텁해지고 너무 약하면 색이 나오지 않는다.
  • 중간에 물을 보충할 때는 반드시 뜨거운 물을 쓴다.
  • 소금 간은 먹기 직전에 한다. 우려내는 동안 간을 하면 졸아들어 짜진다.
  • 다 끓인 국물은 식힌 즉시 냉장 또는 냉동한다. 실온에 오래 두면 빠르게 상한다.
  • 오랜 시간 불을 켜두는 조리이므로 외출하거나 잠들 때는 반드시 불을 끈다. 가스레인지를 켠 채 자리를 비우지 않는다.

마무리

사골 국물의 성패는 끓이는 시간이 아니라 준비 단계에서 갈린다. 핏물을 충분히 빼고, 첫 물을 과감히 버리고, 데친 뼈를 깨끗이 씻는 이 세 가지만 지켜도 국물 색과 냄새가 완전히 달라진다. 그다음은 중약불로 은근히 끓이며 거품만 걷어주면 시간이 알아서 일을 해준다. 다 우린 국물은 식혀서 기름을 걷고, 한 끼 분량씩 나눠 얼려두면 떡국이든 국수든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다. 오늘은 우선 사골을 사서 찬물에 담가두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반나절 담가두는 그 한 가지가 내일의 국물 맛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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